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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들부들 청년, 건물주의 물주가 되다

글쓴이 : 청연 날짜 : 2016-02-01 (월) 11:22 조회 : 4475

ㆍ끝 보이지 않는 월세살이…“집은 휴식처 아닌 올가미”


청년에게 집은 현실에서의 빈곤을 악순환시키는 고리가 됐다. 고작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주거비도 청년들은 알바 수입 등으로 감당할 수 없다. 청년들은 더 싼 집을 구하러 6개월, 1년, 혹은 2년마다 “잠깐 누워서 쉬는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여름이면 찜질방이 되는 옥탑방과 벽화처럼 곰팡이가 핀 반지하를 전전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방을 나눠 산다. 서울에 사는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나 ‘지옥비’(지하·옥탑·비주택)에 사는 주거빈곤층이다. 창문을 시원하게 열 수도 없고, 벽에 못을 박아 액자를 걸지도 못한다. 책장을 구입해 책을 꽂고, 예쁜 화분을 가꾸는 일은 이들에게 ‘사치’였다. 청년들에게 집은 ‘나만의 휴식처’가 아니라 박탈감을 안겨주는 ‘절망’으로 받아들여졌다. 부모 세대는 물론 청년 세대 역시 집은 가난의 굴레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옥탑방·지하방 거쳤지만…“제 월세살이는 언제 끝날까요”

9년 전 ‘대학 가겠다’는 일념으로 충남 아산에서 상경한 박모씨(31)에게 집은 “불안정한 보호소”다. 박씨는 처음 서울대입구역 근처 13㎡(4평) 옥탑방에 자리 잡았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8만원. 여름엔 자다 깰 정도의 더위가, 겨울엔 방에서 입김이 나올 정도의 추위가 그를 괴롭혔다. 세탁기가 없는 데다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2년 내내 겨울에도 찬물 손빨래를 했다. 낮에는 인터넷강의를 듣고, 저녁에는 6시간씩 음식점·호프집 등에서 알바를 했다. 하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많아야 60만원에 불과했다. 집에서 보태주는 돈까지 합한 10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다. 그런데도 겨울에는 주거비가 40만원까지 높아졌다. 2년 뒤 다른 방을 알아봤지만 지상에 그가 살 수 있는 방은 없었다. ‘그래도 옥탑방보다는 지하가 낫겠다’ 싶어 보증금 두 배(200만원)에 월세가 10만원 비싼 20㎡(6평) 지하방으로 내려갔다. 낮에도 빛이 안 들어오는 건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벽과 옷에까지 핀 곰팡이로 인해 그는 중이염을 달고 살게 됐다.

지난해 5월 취업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월세살이 중이다. 회사 근처에 얻은 13㎡(4평)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다. 박씨는 “하도 거지 같은 집에만 살다 보니 넓고 쾌적한 집에 살고 싶지만 모아둔 돈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어도 이사할 때 짐이 될 것 같아 매번 마음을 접는다”고 말했다. 천장에 형광별을 붙여보는 게 그의 소원이다.


■ 부모와 두 자매 ‘주거비만 170만원’…“일 줄이고 잠 더 자고 싶어요”

대구에서 상경한 대학교 2학년 조모씨(23)는 지난 학기 수업을 들으며 매일 8시간 최저임금을 주는 빵집 알바를 했다.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지만 생활비를 당장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16㎡(5평) 원룸을 잡았다. 매달 90만원 남짓한 월급 중 집주인에게 지불하는 돈이 40만원이다. 집주인이 싫어할까봐 연말정산 세액공제 신청은 엄두도 못 냈다. 나머지는 대부분 식비로 쓴다. 2년 전 입학 직후 봄옷을 한 벌 구입한 뒤 한 번도 옷을 산 적이 없다고 했다.

조씨의 부모는 월세 85만원짜리 아파트에 산다. 지난해 부산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동생도 주거비로 매달 40만원을 쓴다. 조씨 가족이 주거비에 쓰는 돈만 월 170만원이 넘는다. 그는 벌써 올해 7월로 다가온 재계약이 신경 쓰인다. 이사하지 않고 싶은데 집주인이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 것 같아서다. 알바 시간을 늘려 생활비를 더 벌기 위해 작년 1학기에 이어 올해 1학기도 휴학하기로 조씨는 마음먹었다. ‘월세로 나간 돈을 모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그는 “더 자고 일을 덜 하고 싶다. 일 때문에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했다”며 “친구들과 여유 있게 차 한 잔 마시는 게 꿈”이라고 했다.



■ 임대료만큼 발생하는 적자…“다섯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었어요”

윤모씨(32)는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카페를 차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남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14년째. 커피가 좋아 10년 넘게 카페에서 일하며 커피를 공부하다 직접 82㎡(25평) 가게를 낸 것이다. 처음엔 ‘잘 나가는’ 연남동에 가게를 내려 했지만 월세 때문에 포기했다. 현재 가게가 큰길에서 벗어나 있어 임대료는 월세에 부가가치세·관리비를 포함해 200만원가량이다. 월 매출이 400만원 남짓인데 생두 구입비 등 지출은 550만원가량으로 매달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꼭 월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윤씨는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알바 노동자를 고용할 생각은 할 수조차 없다.


최근 그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왕복 2차로 맞은편에 짓고 있는 대학 기숙사의 학생 입주가 1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윤씨는 “집주인이 유동인구가 늘었다며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건물 5층에 살면서 지하부터 4층까지를 카페·사무실·주거 등의 용도로 임대하고 있는 주인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그간 윤씨가 서울에 올라와 6년간 전전한 월셋방이 7곳이다. 보증금 300만~1500만원에 월세 45만~65만원선이었다. 처음 서울에 와 호기롭게 강남구 역삼역 근처에 자리 잡았지만 갈수록 오르는 주거비에 여기저기 쫓겨다니다 2011년 강서구 화곡동 전세 5500만원짜리 반지하 주택에 형과 함께 들어갔다. 전세보증금이 급등하면서 2년 후에는 인근 지역의 전세 8000만원짜리 주택으로 옮겼다. 그는 “형도 나도 미래가 불확실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윤씨에게 집세는 늘 ‘불안’한 멍에였다. 그는 “집세를 내지 않고 그 돈을 모았다면 찜해둔 3800만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하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특별취재팀

박재현 송윤경 이혜리 이효상 정대연 김서영 김원진 기자

 

 

출처: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1312230545&code=94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