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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프루스트를 아시나요? -이진명

글쓴이 : 청연 날짜 : 2012-06-19 (화) 10:53 조회 : 25803




150만 개의 단어, 20줄이 넘는 문장들, 세계에서 가장 긴 책들 중 하나.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책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동생인 로베르 프루스트가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좋은 책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아프고 할 일이 없는 경우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책"이라고 하였을까? 이 책은 끝없는 묘사, 100 페이지가 후에도 같은 장면에 있는 경우 (실제로 그 장면은 200 페이지가 되어서야 끝난다)로 가득 차 있다. 오죽하면 1970년대 영국의 한 개그쇼에서 프루스트 요악하기 코너가 있었을까? 하지만 동시에 '시간을 찾아서'는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브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들 중 하나였고, 버지니아 울프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후에 더 이상 쓰여져야 하는 책은 없다" 라고 한 책이다 (물론, 울프의 올랜도와 달로웨이 부인은 울프가 이 말을 한 후에 쓰여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말 그대로 서술자인 마르셀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어느 날 마르셀은 마들렌 (조개 모양 프랑스 전통 과자)을 차에 찍어서 먹으면서, 엄청난 기쁨을 느낀다. 마르셀은 차에 담궈진 마들렌의 맛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쁨을 기억하게 되고, 그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자서전적인 소설이다. 프러시아 전쟁이 끝나던 해에 태어난 프루스트는 의사 아버지, 유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파리의 명문 고등학교 중 하나인 리세 콘도르세 (Lycee Condorcet) 에서 상류층 아이들과 사귀게 되고, 이 친구들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배경이 되는 살롱을 출입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이 살롱을 출입하던 프루스트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코르크로 방을 방음처리 한 이후, 낮에는 자고 밤에는 일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성한다.


책의 내용은 프루스트가 시간을 쫒아가는 내용이다. 어린시절의 기쁨을 기억하게 된 프루스트는 자신이 왜 그때는 그렇게 행복했으며, 지금은 왜 행복하지 못한지 자신에게 묻고, 그것은 바로 기억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 기억이 없기 떄문에 어린시절의 자신은 이미 자기 안에서 죽어버렸고, 지나간 시간 앞에서는 기억만이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연인이었던 알베르틴이 죽은 지 몇 달이 지났을 때, 마르셀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더 이상 슬프지 않은 것은 알베르틴이 없었던 것 처럼, 자신 안에서 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그것을 증명하고 시간을 다시 되찾으려는듯이, 프루스트의 묘사는 섬세하고 정확하며, 떄떄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길다. 하지만 독자로서 그 순간에 있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시간을 찾아서"는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찾게 해 주는 책이다. 발벡 (휴양도시)에 놀러간 소년 마르셀은 유명한 화가를 만난다. 그리고 그 화가가 고전 대가들 처럼 신화나 역사적 장면을 그리지 않는 것에 놀란다. 하지만 그 화가가 그리는 항구나 도시의 곡선, 색채 속에도 신화나 역사적 장면 못지 않은 아름다움이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시간을 찾아서'는 이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프루스트의 묘사는 평범한 소리, 색채, 모양까지도 특별하고 아릅답게 만든다.

다리를 다치거나 병원에 오래 있을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프루스트를 읽자. 다음 번에는 기회가 없을 지 모르니까.